경주
경주, 신라의 흔적을 따라 사찰과 왕릉 그리고 언덕 사이로

경주는 한국 남동부에 있는 도시로 천 년 가까이 신라의 수도였던 곳이에요. 유적이 도시 곳곳에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려요. 대릉원의 왕릉, 첨성대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이 대표적이에요. 도시를 둘러싼 남산에는 불교 석조 유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동궁과 월지는 해 질 무렵 아름다운 불빛을 밝혀요. 낮은 언덕과 사찰, 오래된 골목 사이에서 경주는 역사와 자연, 여유로운 삶이 어우러진 도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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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bes royales de Daereungwon - 대릉원
‘대릉원’이라는 이름은 ‘큰 무덤이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에요. 12세기에 편찬된 우리나라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13대 왕이자 김씨 왕조의 첫 번째 왕인 미추왕을 ‘대릉(大陵)’에 묻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서 대릉원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해요.
대릉원에는 신라의 왕과 왕비 그리고 높은 신분의 귀족들이 묻힌 23기의 고분이 모여 있어요. 멀리서 보면 잔디로 덮인 평범한 언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장신구와 무기, 토기, 귀중품이 함께 묻힌 무덤이 자리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많은 유물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독특한 무덤 구조에 있어요. 나무로 만든 관과 부장품을 놓은 뒤 그 위를 수많은 돌로 덮고 다시 흙을 쌓아 올렸어요. 도굴꾼이 무덤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 두꺼운 돌무더기를 뚫어야 했고 파고 들어갈수록 돌이 무너지기 쉬운 구조였어요. 같은 시기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통로를 통해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석실무덤이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당수가 도굴되었지만 신라의 무덤에서는 많은 금속 공예품이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어요.
죽은 사람은 생전에 지녔던 신분을 나타내는 물건과 함께 묻혔어요. 금관과 금제 허리띠, 장신구, 금동 신발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 밖에도 무기와 그릇, 토기, 말과 관련된 장식품 등 다양한 물건을 함께 넣었어요. 신라인들은 죽음 이후에도 삶이 이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승에서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함께 묻었던 것으로 보여요.
대릉원에서 가장 유명한 무덤은 천마총이에요. ‘하늘을 나는 말의 무덤’이라는 뜻으로 1973년 발굴 과정에서 금관을 비롯해 1만 1천 점이 넘는 유물이 발견되었어요. 무덤에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말갖춤 장식에 그려진 천마 그림이 발견되면서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천마총은 대릉원에서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무덤이기도 해요. 내부는 작은 전시 공간처럼 꾸며져 있어 무덤의 구조를 재현한 모습과 발굴 당시 출토된 유물의 복제품을 볼 수 있어요. 실제 유물과 유명한 천마도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어요.
알아두면 좋아요: 대릉원 자체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요. 천마총 내부 관람은 별도의 입장료가 있으며 성인 기준 3,000원이에요.
Observatoire de Cheomseongdae - 첨성대
‘첨성대’라는 이름은 ‘별을 바라보는 곳’이라는 뜻이에요.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때인 7세기에 세워졌으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대로 알려져 있어요.
높이는 약 9m로 멀리서 보면 생각보다 아담해 보여요. 하지만 첨성대의 구조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요. 몸통을 이루는 27단의 돌은 신라의 27대 왕이었던 선덕여왕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어요. 가운데 있는 네모난 창을 기준으로 아래와 위에 각각 12단씩 놓여 있는데 이를 1년의 12개월과 전통 달력의 24절기를 나타낸 것으로 보기도 해요.
당시 천문을 관측하던 사람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이 창으로 들어간 뒤 내부를 통해 위로 올라가 하늘을 관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다만 첨성대가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나뉘어요. 천문 관측소였다는 해석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제사를 위한 시설이나 상징적인 건축물이었다는 의견도 있어요.
알아두면 좋아요: 첨성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저녁에는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주변 들판도 계절마다 모습이 달라지는데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어 특히 아름다워요.
Palais Donggung et étang Wolji - 동궁과 월지
‘동궁’은 ‘동쪽에 있는 궁궐’, ‘월지’는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이에요. 이곳은 문무왕 때 조성되었는데 연못은 674년에 만들어졌고 궁궐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679년에 세워졌어요. 왕자가 머무는 궁궐이자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오랫동안 이곳은 안압지, 즉 ‘기러기와 오리의 연못’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어요.
신라가 멸망한 뒤 궁궐은 폐허가 되었고 연못에는 자연스럽게 새들이 찾아와 머물게 되었어요. 이후 20세기에 이루어진 발굴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통해 원래 이름이 확인되었고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동궁과 월지’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월지는 실제 크기보다 훨씬 넓어 보이도록 만들어졌어요. 연못의 가장자리를 굽이굽이 이어지게 만들어 한 자리에서는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없도록 했는데 덕분에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처럼 느껴져요. 당시 이곳에 있던 임해전(臨海殿)이라는 건물 이름도 ‘바다를 바라보는 전각’이라는 뜻이에요.
발굴 조사에서는 모두 26개의 건물터가 확인되었지만 현재 복원된 전각은 세 채뿐이에요. 그래서 지금 연못 주변을 걸어보면 생각보다 넓고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용품도 발견되었어요. 그중 가장 재미있는 유물 중 하나가 주령구(酒令具)예요. 14개의 면을 가진 작은 나무 주사위로 연회나 술자리에서 사용했다고 해요. 각 면에는 술을 마시거나 특정 행동을 해야 하는 벌칙과 놀이가 적혀 있었어요.
아쉽게도 실제 주령구는 현재 남아 있지 않아요. 1975년 발견 직후 보존을 위해 건조기에 넣어 두었는데 그날 밤 사고로 불에 타버렸다고 해요.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소실되기 전에 촬영한 사진과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복제품이에요.
알아두면 좋아요: 동궁과 월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마지막 입장은 오후 9시 30분이에요. 성인 입장료는 3,000원이에요. 특히 저녁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해요. 불이 켜진 전각이 연못 위로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워 경주를 대표하는 야경 명소 중 하나로 꼽혀요.
Temple de Bulguksa - 불국사
‘불국사’라는 이름은 ‘부처의 나라에 있는 절’이라는 뜻이에요. 단순히 하나의 사찰을 지은 것이 아니라 불교에서 사람들이 도달하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세계인 정토(淨土)를 현실에 표현한 공간이라고 해요. 석굴암과 함께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어요.
그래서 불국사에 들어가는 길부터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어요. 거대한 석축이 인간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나누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래쪽의 백운교(흰 구름의 다리)를 지나 위쪽의 청운교(푸른 구름의 다리)를 밟고 그 위로 올라갔다고 해요. 이 계단은 33천을 상징하는 33계단으로 되어 있다고 흔히 설명하는데 단순히 절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에서 부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담긴 길이었던 셈이에요. 지금은 직접 올라갈 수 없지만 불국사를 대표하는 모습 중 하나예요.
옛이야기에 따르면 신라의 귀족 김대성이 751년 불국사 건립을 시작하면서 불국사는 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은 전생의 부모를 위해 지었다고 해요. 그래서 두 곳을 함께 둘러보면 이 이야기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와요.
대웅전 앞에는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석탑이 마주 보고 있어요. 다보탑은 화려하고 복잡한 모습으로 유명해서 한국의 10원짜리 동전에도 새겨져 있어요. 바로 맞은편의 석가탑은 훨씬 단순하고 차분한 모습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이 석가탑 안에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중 하나가 발견되었어요.
불국사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 목조 건물 대부분이 사라졌고, 지금 볼 수 있는 건물 대부분은 1970년대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복원 공사로 다시 세워진 것이에요. 하지만 거대한 석축과 계단 두 석탑 같은 석조 구조물은 신라 시대부터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으로 당시 불국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게 해줘요.
알아두면 좋아요: 불국사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겨울에는 오후 5시까지예요. 토함산을 조금 더 올라가면 석굴암이 있어 두 곳을 함께 둘러보기 좋아요.
Grotte de Seokguram - 석굴암
석굴암은 토함산 높은 곳 숲을 가로지르는 작은 길 끝에 자리하고 있어요. 주차장에서 나무 그늘 아래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어요. 길지 않은 길이지만 산의 고요함 덕분에 걷는 동안부터 이미 특별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운이 좋으면 한국의 숲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다람쥐를 만날 수도 있어요.
751년 무렵 불국사를 세운 김대성이 함께 만들기 시작한 석굴암은 무엇보다 그 축조 방식이 놀라워요. 산을 파서 만든 석굴이 아니라 수백 개의 화강암을 하나하나 다듬어 쌓아 올린 뒤 그 위를 흙으로 덮어 마치 자연 동굴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거든요.
내부 중앙에는 3.5미터에 가까운 본존불이 있고, 그 둘레의 석실 벽면에는 여러 조각상이 함께 새겨져 있어요. 본존불은 동쪽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데 예전에는 떠오르는 해가 그 얼굴을 비추었다고 해요. 화강암의 무게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놀라울 만큼 조화롭고 고요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주는 공간이에요.
지금은 석굴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없어요. 본존불은 유리 너머로 바라보게 되어 있고 내부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어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20세기 초에 콘크리트를 대거 사용한 보수 공사로 자연 환기 구조가 무너지면서 습기가 조각상을 상하게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그저 몇 분간 조용히 바라보는 수밖에 없어요. 사진 대신 기억만 안고 돌아오게 되는 셈이에요.
알아두면 좋아요: 석굴암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관람 시간은 3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겨울에는 오후 5시까지예요. 불국사보다 산 위쪽에 있어서 두 곳을 같은 날 함께 둘러보기 좋아요. 사찰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으니 편한 신발을 신고 가세요.
경주에서 어디에 묵을까요?
이번 여행에서는 경주 동해안 감포에 있는 엘라포니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어요. 경주 시내 유적지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자동차가 꼭 필요하지만, 하루 종일 여기저기 둘러본 뒤 편안히 쉬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에요. 바로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어 탁 트인 오션뷰가 펼쳐지고, 덕분에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감돌아요. 객실은 넓고 침대도 아주 편안했어요. 객실에 따라 자쿠지가 있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앉기 좋은 달걀 모양의 행잉 체어가 놓여 있기도 해요. 호텔에는 수영장도 두 곳 있는데, 1층에 하나,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 하나가 있어요. 조식은 별도 요금이고 주차는 무료예요. 편안하면서도 멋진 바다 전망이 있는 숙소를 찾고 있다면 이곳을 추천해요.
알아두면 좋아요: 예약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호텔에 직접 전화해서 예약하면 20% 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